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현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7 16: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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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출간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 홍명희 [오월의 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출간

[강소기업일보=현지훈 기자] = 월북 작가이자 정치가인 벽초 홍명희는 '임꺽정'으로 역사소설의 장을 연 인물이다. 언론과 문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는 한때 최남선, 이광수와 함께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렸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는 엄청난 다독가였다. 문학과 역사,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그의 밤샘 독서와 화장실 독서는 일본 유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일본어로 번역되길 기다리다 못해 영역본을 사서 읽었다. 그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남독의 달인이었다.


'한국 기독교 흑역사', '저항하는 그리스도인' 등을 선보인 작가 강성호의 신작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오월의봄)은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의 지적 계보를 추적할 수 있는 인문서다. 책은 신채호, 나혜석, 김구, 김산 등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이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상세하게 담았다.

책에 따르면 역사가 신채호는 속독에 능했다. 당대 사람들은 신채호의 독서법을 일목십행(一目十行)이라 표현했다. 책을 한 번 볼 때 열 줄을 읽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책의 내용을 열독한 사람처럼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채호는 한백겸의 '동국지리지', 안정복의 '동사강목', 정약용의 '아방강역고' 등 실학자들이 쓴 역사서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사마천의 '사기',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와 같은 동서양의 역사 고전은 곁에 두고 늘 탐독했다.

김구는 '임꺽정', '노자', '구약', '고려사' '프랑스 혁명사', 루쉰의 '광인일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을 읽었다. 독립운동가 김산은 톨스토이와 단테 등 고전의 애독자였고, 조선의용대의 마지막 분대장 김학철은 루쉰을 평생 흠모했다.

책은 남성 지식인들뿐 아니라 가부장제에 반기를 여성들의 독서 여정도 담았다. 제1세대 페미니스트인 화가 나혜석과 시인 김일엽, 기생이었다가 사회주의 여성운동가로 변신한 정칠성, 여성 노동의 일환으로 모성보호 운동을 펼친 박원희의 삶에 미친 독서의 영향을 조명한다.

아울러 식민지 교육 정책에 저항했던 비밀독서회의 문화사도 소개한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의 진원지였던 성진회, 사회주의 서적을 중심으로 공동체적 책 읽기를 지향한 비밀독서회, 황민화 교육에 앞장서야 했던 사범학교 학생들의 대안교육 모색 등을 설명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식민지 조선의 역사를 '아래로부터의 독서 정치사'를 통해 재조명해보려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33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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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일보 / 현지훈 기자 ul198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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